폭포처럼 쏟아지는 수직의 물줄기 아래서, 내 안의 이름 없는 서술자는 언제나 그렇듯 끈질긴 고해를 시작했다. 그것을 작가라 불러야 할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의식의 범람이라 불러야 할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우주의 비밀을 품은 듯한 눈부신 계시의 파편들이 내 의식의 수면 위로 무수히 튀어 올랐다는 사실이다.
얄궂게도 우주의 유효 범위는 명확했다. 사방을 가로막은 차가운 경계, 그 견고한 벽이 내 세계가 팽창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선이었다. 그조차도 현실이라는 비정한 냉기가 침입하는 찰나를 견디지는 못했다. 사유를 지탱하던 온기가 식어감에 따라, 찬란했던 별들이 수증기와 함께 흩어져 버리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소멸의 수순이었다. 소멸의 여로 속에서 간신히 입 밖으로 중얼거려 건져낸 것이라곤 ‘사진’, ‘정리’ 같은 물기 없이 바스라지는 건조한 단어 몇 개가 전부였다.
내가 우주라 칭하던 그 세계는 매번 그런 식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관성적인 순환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비록 실체 없는 의식의 범람일지언정, 이번만큼은 반드시 그 희박한 자락이라도 기어이 움켜쥐어 그 모양새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설령 그것이 끝내 온전히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에 불과할지라도.
⏳ 1, 2, 3, 4: 시간의 밀도를 믿기로 했다.
나는 숫자 4를 좋아한다. 세상이 말하는 불운의 숫자가 아닌, 삶의 밀도를 채우는 네 가지 '사'를 믿기 때문이다.
고요한 사유(思惟) 속에 태어난 생각들이 사람이라는 온기를 만나 생명력을 얻고, 순환하는 사계(四季)의 시간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하게 벼려진다. 그 과정에서 씻겨 내려가지 않고 살아남은 것들을 비로소 나만의 데이터로 사유(私有)하는 것. 그 사유의 과정을 시간의 깊이에 따라 나누어 기록하려 한다.
- 1. One Day: 매일의 배움 ( TIL )
- 2. Two Weeks: 깊이를 더하는 몰입의 시간 (Deep Study)
- 3. Three Months: 분기별 목표와 방향성 (Roadmap)
- 4. Four Seasons: 변하지 않는 가치와 회고 (Essay)
📝 완벽주의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오기
나는 문자 한 통을 보낼 때도 맞춤법이 완벽하지 않으면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사람이다. ‘한 번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은 늘 나를 시작의 문턱에 멈춰 세웠다. 블로그 역시 그랬다. 무언가 번듯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배포를 미루는 동안, 어느덧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기록을 멈춘 적은 없다. 매일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머릿속을 스치는 사유를 메모하며, 수많은 글의 뼈대를 세워왔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에만 머물렀다. 세상에 내보내는 순간 마주하게 될 불완전함이 두려워, 나는 내 가장 치열했던 흔적들을 스스로 서랍 깊숙이 가둬두곤 했다.
일기도 마찬가지였다. 서툰 감정이 부끄러워 지워버리길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지워낸 것은 투박한 글자가 아니라 그날의 나를 이루던 가장 생생한 삶의 단면들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틀려도 그냥 두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을 다루는 정보의 오류는 끊임없이 수정하겠지만, 그날의 생각과 감정만큼은 설령 미숙할지라도 나오는 그대로 내뱉어 보려 한다. 완벽을 향한 갈망이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지 않도록, 나는 그 문을 조금 열어두기로 했다.
💻 컴퓨터, 그리고 ‘나’지향(Self-Oriented)
어릴 적부터 나는 컴퓨터를 좋아했다. 궁금한 정보를 끝없이 파고들고, 불편한 기능을 내 손에 맞게 고쳐보며, 막히는 순간엔 기어이 그 구조를 뜯어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입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과정을 짚어가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명확함이 좋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더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혹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웹 퍼블리싱의 영역이나 업무 자동화 기술들을 하나씩 독학해왔다.필요할 때마다 답을 찾아 실무에 이용하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무언가 더 깊이 파고들거나 내 의도대로 수정하려 할 때마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
정확한 원리를 모른 채 감으로 개발자 도구를 뜯어볼 때면 늘 지독한 갈증이 남았다. 더 간결하고 효율적인 코드가 있을 텐데도 방법을 몰라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고, AI를 활용하려 해도 기본 용어를 모르니 대화는 겉돌기만 했다.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구현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았다.
결국 '적당히' 아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 결벽이 나를 서른둘이라는 나이에 진짜 공부의 길로 이끌었다. 단순히 돌아가는 코드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그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개발자의 길 위에서 객체지향(Object-Oriented)을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은 객체지향이라는 개념이 결국 ‘나’지향(Self-Oriented)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일하기 편하고, 내가 수정하기 쉽고, 내가 알아보기 명확한 설계가 결국은 가장 간결하고 훌륭한 코드로 이어지듯이 말이다. 나를 위한 이 집요한 기록들이, 언젠가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좋은 궤적이 되길 바란다.
2026년 2월 18일,
사유의 사유(私有)를 시작하며.